퀘벡 프랑스어는 어떻게 생겼나

(퀘벡 불어 소개)



프랑스어를 쓰는 캐나다


'퀘벡'은 캐나다의 한 주(state가 아니라 province)이다. 그러나 면적은 매우 넓어서 136만 5천 제곱킬로미터나 된다(남한 면적 : 10만 제곱킬로미터, 남북 합친 한반도 면적 : 23만 제곱킬로미터).


구글지도에서 본 퀘벡주. 빨간색 테두리 안이 퀘벡주이다

 

물론 이 면적은 당연히 프랑스(55만 제곱킬로미터)보다 넓은 것이다. 사실, 프랑스어권에는 콩고민주공화국 다음으로 넓다.


캐나다의 국가 공용어는 두 개다. 하나는 영어이고, 하나는 프랑스어(불어)다. 물론 영어 사용자들이 프랑스어 사용자들보다 많다. 그런데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 중에도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있고,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 중에도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마디로 두 언어를 모두 어느 정도 이상(혹은 모국어처럼) 하는 사람들은 많고 통계상으로 보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 중에서 퀘벡 주는 캐나다에서 유일하게 프랑스어만을 공용어로 쓰는 곳이다. 위의 지도에서 퀘벡 오른쪽 아래에 NB라고 쓰인 곳이 있다. 여기가 뉴브런스윅(New Brunswick, 불어로는 Nouveau Brunswick)주인데 여기는 영어와 프랑스어 두 개가 공용어인 지역이다. 나머지 지방은 영어만이 공용어이다.


즉,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쓰는 곳은 두 군데이다 : 퀘벡(Quebec), 뉴브런즈윅(New Brunswick)


그런데 퀘벡 주에서 프랑스어만이 공용어라고는 하지만, 퀘벡에서 가장 큰 도시인 몬트리올(Montreal, 불어 : 몽헤알)에서는 영어가 제법 잘 통한다. 이유는, 이 지역에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캐나다인들이 꽤 있고, 영어를 쓰는 이민자 출신들이 꽤 있으며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쓰는 퀘벡 사람도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퀘벡 프랑스어'? '캐나다 프랑스어'?


그렇다면 '퀘벡 프랑스어(Français québécois)'가 맞을까 아니면 '캐나다 프랑스어(Français canadien)'가 맞을까? 만약 퀘벡 프랑스어라고 한다면, 뉴브런즈윅주 등 다른 지역에서 쓰는 프랑스어를 포함시키지 않는 꼴이 된다. 하지만 여기서는 캐나다 퀘벡에서 프랑스어를 가장 많이 쓰니 '퀘벡 프랑스어'라고 칭하겠다.





내가 본 퀘벡 프랑스어


퀘벡은 지도에서 보듯이 상당히 넓다. 물론 중북부지방은 인구 수가 적은 곳들이 많고 원주민(autochtone)들이 많다. 하지만 이 지방들을 뺀 남쪽만 본다 하더라도 프랑스보다 넓게 퍼져 있는 건 사실이다. 퀘벡 남쪽 국경을 선으로 이어보면 프랑스 국토를 넘는 길이가 나온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퀘벡 프랑스어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퀘벡 프랑스어 내에서도 여러 사투리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퀘벡 주와 뉴브런즈윅 주 바깥에서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프랑스어를 배워서 퀘벡 내로 들어와 거주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퀘벡에서 불어를 들으면 화자가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발음이 이상한 것인데도 그것이 퀘벡 사투리인 것처럼 인식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스티븐 하퍼(Stephen Harper) 현 캐나다 총리는 영어권 사람이라 그런지 프랑스어로 인터뷰 할 때 발음이 어색하다.





스티픈 하퍼 캐나다 총리의 불어 인터뷰



하지만 이 사람의 인터뷰를 들으면, 확실히 퀘벡 프랑스어를 배웠다는 느낌이 든다. 프랑스식 프랑스어를 배웠다면 이런 식으로 발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퀘벡 프랑스어가 어떻게 다른 지 살펴보도록 한다.




퀘벡 프랑스어 발음의 큰 특징 몇 가지



1) 끝을 얼버무린다


예를 들어서 J'accepte.를 발음할 때 프랑스에서는 '쟉쎕뜨'라고 하지만 퀘벡에서는 '쟉쎕'에 가깝다(조금 과장하자면). 끝을 얼버무리거나 약하게 발음하는 경향이 강하다(한국어로 표기하는 것이 어려움). 아래 동영상에서 예를 몇 가지 보도록 한다. 아래 동영상은 2014년 퀘벡 총선 토론 동영상이다. 후보자들은 당연히 퀘벡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이니 특징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동영상 0:13(처음 시작해서 13초 지난 부분에서 나오는 한마디) : Bienvenue au debat des chefs deux mille quatorze.

 

이 문장. 여자 사회자가 말하는데, 특히 2014년을 말할 때 quatorze(꺄또흐즈)라고 하지 않고 quator(꺄또...)처럼 발음한다. 'ze(즈)'발음에서 본토 프랑스어에서 차이가 난다.

동영상 1:07 : ... pour confronter leurs visions du Quebec, pour vous convaincre ...


​역시 여자 사회자가 convaincre를 '꽁뱅크흐'라고 하지 않고, '꽁뱅...'이라고 한다.




2) 구개음화

한국어를 예로 든다. 한국어에서는 '굳이'를 '구디'라고 하지 않고 '구지'라고 발음하며, '같이'를 '가티'라고 하지 않고 '가치'라고 발음한다. 즉, ㄷ->ㅈ, ㅌ->ㅊ으로 발음이 변화하는 것이다. 이를 구개음화라고 하는데 퀘벡 프랑스어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동영상 0:15 : Un rendez-vous toujours aussi incontournable, attendue...


여기서 잘 들을 발음은 바로 마지막 단어 'attendue'이다.  프랑스에서는 '아떵듀'로 발음하는데 (즉, d를 'ㄷ'로 발음) 동영상에서의 여자 사회자는 'd'를 'z' 비슷(?)하게 발음해서 '아떵쥬' 비슷하게 발음난다. 특히 이것은 퀘벡 프랑스어에서 가장 선명해 보이는 현상이다.  dire(디흐)를 '지흐'처럼 발음하는 등 d를 특이하게 발음한다. 위의 토론 동영상에서도 이런 예가 매우 많이 나온다.




3) '앙' --> '엥'


여자 사회자가 남자 사회자 이름을 부를 때 'Sebastien'을 '세바스치엥' 비슷하게 발음한다. 프랑스에서는 '세바스치앙'에 가깝지만 퀘벡에서는 '앙'이 '엥'에 가까워지는 경우가 있다. 즉... '-en'으로 끝나는 단어들이 대표적인데, 'bien'을 프랑스 표준어에서는 '비앙', 퀘벡에서는 '비엥'이라고 발음한다. 물론 이런 '비엥' 발음은 프랑스 남부 사투리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꼭 -en으로 끝나는 단어들 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 '앙'으로 발음하는 'in', 'en' 등도 모두 '앵'으로 발음한다.  ex) demain (프랑스 : 드망, 퀘벡 : 드맹)




 이 밖에도 크고 작은 발음 차이가 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퀘벡에서 쓰고 프랑스에서는 쓰지 않는 단어들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Posted by 정규화
:

http://s_hofbauer.blog.me/140211253469

Posted by 정규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