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순간, 꿈속 같은 물안개가…

경기 여주

수정: 2015.01.13 16:14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철새들이 날아오른다. 신륵사에 가면 겨울 공기처럼 맑고 깨끗한 아침을 맞을 수 있다.


여명의 푸른빛이 어둠을 서서히 걷어냈다. 하늘이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절정의 순간, 찬란한 태양이 고개를 내밀었다. 유려한 물길 위로 꼼 속 같은 물안개 피어올랐다. 물새들이 날개 힘차게 퍼덕이더니 비로소 새 아침이 시작됐다. 오랫동안 기다린 무구한 겨울 아침! 천연한 하루의 시작이 그립다면 경기도 여주 남한강변으로 간다. 가서, 강변을 거닐고 고요한 사찰의 정취를 만끽한 후 싱그러운 소나무 숲길에서 뒹굴면 몸도 마음도 겨울처럼 맑고 깨끗해진다.


신륵사 다층전탑 앞에서 해를 맞는다. 오른쪽 아래 정자가 강월헌이다. 보제존자(나옹선사)의 다비식이 열렸던 곳에 세워졌다.

● 신륵사에서 맞는 아침

신륵사는 보기 드물게 강변에 있다. 절 앞으로 여강이 흐른다. 남한강의 여주 구간이 여강이다. 유서 깊은 절도 정갈하지만 앞마당에서 보는 남한강이 미끈하고 아름답다. 이 풍경 보러 애써 절을 찾는 이들 제법 된다. 겨울이면 풍경이 더 천연해진다.

새해 벽두에는 해뜨기 전에 간다. 일주문 지나 걸으며 어둑한 새벽녘의 고즈넉함을 즐긴다. 매서운 강바람에도 가슴은 어찌나 상쾌한지. 일주문에서부터 강물이 보이고 경내까지 이어진 길은 물길과 나란히 간다.

여명 무렵에는 강기슭 바위 언덕에 있는 강월헌에 선다. 남한강 물길 굽어보는 정자다. 뒤에 있는 다층전탑 앞에 자리를 잡아도 좋다. 그러면 하늘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곧 찬란한 태양이 불쑥 고개를 든다. 햇살이 한기를 물리치니 고요한 강물에 물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철새들도 수면을 지치며 힘차게 날아오른다. 마음이 덩달아 설렌다. 어떤 날에는 강변 나목들에 상고대가 핀다. 그러면 고상하기가 더 하다. 꿈 속 같은 하루의 시작을 가슴에 각인한다. 일상으로 돌아가 사는 것 퍽퍽하다 싶을 때 게워내 곱씹으면 큰 위로 된다.

물안개 피어오른 남한강


이름난 해맞이 장소 못지않은 운치가 있으니, 멀리 못갈 형편이라면 남한강변 신륵사 기억한다. 서두르면 서울 도심에서 한 시간이면 간다. 산중(山中)에 있지 않으니 부담도 없다. 아이 손잡고, 연인의 허리 살포시 보듬고 산책하듯 다녀온다.


(후략)


세종대왕릉(英陵)과 효종릉(寧陵)을 연결하는 산책로. 사위 한갓진 이 길에 소나무가 빼곡하다.


● 세종대왕과 명성황후를 만나다


세종대왕릉(영릉(英陵))


홍살문 지나 세종대왕릉으로 가다보면 미끈하고 아름다운 소나무들을 만난다


고달사지 석불대좌


● 고즈넉한 폐사지를 걷다


여주=글ㆍ사진 김성환기자 spam001@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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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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