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거의 모든 사회에서 어엿한 인사이더(insider)로 살아가며, 자신들의 필요와 욕망을 사회와 다른 한쪽 성(性)에게 투영한 여성을 ‘불행한 존재’라 단정 짓는 것 자체가 귀하께서 절름발이 페미니즘의 도그마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더욱이 기성의 사회문화 구조에서의 여성의 수혜자성과 남성의 피해자성을 고려할 때, “여성들의 삶을 개선시키고 여성의 커리어가 나아지면 남성들의 과중한 책임도 덜어질 것”이라는 주장에 숨어있는 오류는 「‘남성해방’을 위한 제언」에서 우리 사회의 결혼문화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통해 이미 파헤쳤습니다. 여성의 커리어가 나아져 여성이 남성과 대등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진다 해도, 사회문화적으로 여성에게 주어진 전통적인 권리를 여성들이 포기하지 않는 이상, 남성들은 과중한 책임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습니다. 남성억압의 메커니즘에 무지(無知)한 이들이 조자룡 헌 창 쓰듯 휘두르는 이런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하지 못한 채 페미니즘의 오류를 비판할 만큼 제가 경솔해 보였다니 유감스럽군요.
외람된 말씀일지 모르나, 제가 귀하보다 페미니즘과 매스큘리즘에 대해 훨씬 깊이 있게 고민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셨으면 합니다. 이곳 게시판에서 의견을 피력하고 싶으시다면 좀 더 식견을 쌓고 오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남녀의 솔직함을 가로막는 기성의 사회문화 구조의 메커니즘을 지적한 윗글은 인상적이지만, 여느 ‘절름발이 페미니스트’처럼 글쓴이도 여성의 부자유에만 초점을 맞춘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또한 무엇보다 엄격히 규정돼야 하는 강간 같은 범죄의 정의(定義)를 자의적으로 규정지음으로써 남성을 해코지하려 드는 글쓴이의 병적인 피해의식은 젠더 연구자로서 개탄스럽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절름발이 페미니스트’로서 글쓴이가 보여준 병적인 피해의식이야말로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소모적인 남녀갈등의 주된 원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런 억지 주장을 적절히 걸러냄으로써 젠더 문제와 관련된 생산적인 논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침체된 이곳 게시판이 되살아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