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묻는다, 성노동자 보호하는 ‘여성주의적 성매매’는 불가능하냐고김여란 기자 peel@kyunghyang.com입력 : 2015-10-20 21:52:19ㅣ수정 : 2015-10-20 21:56:17
ㆍ시각예술공동체 ‘언니모자’가 기획한 ‘분홍노동’ 설치·퍼포먼스“나는 성노동자가 거부할 시 즉시 요구를 중단한다. 나는 성노동자에게 존대말을 사용한다. 나는 성노동자를 무단 촬영하지 않는다….”성매매를 하려면 이 같은 ‘성매수자 선서’ 11개 항목을 소리내 읽고 도검 및 총기류, 금속물질을 가졌는지 몸수색을 받아야 한다. 특별서비스 ‘콘돔 미착용’일 경우 1000만원이다. 경비요원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들어간 성노동자의 방은 분홍빛 벽지와 아기자기한 가구로 가득하다. 방에는 성노동자가 편히 쉴 수 있는 푹신한 소파와 부드러운 카펫, 비상벨과 상담전화번호, 방독면과 소화기도 준비돼 있다. 성노동자가 원치 않는 행동을 한 성매수자는 즉시 퇴장당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폭력적으로 제압당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문구가 벽에 붙었다.이 비현실적인 성매매의 풍경은 여성주의를 지향하는 시각예술공동체 그룹 ‘언니모자’가 기획한 ‘분홍노동’ 설치·퍼포먼스다.
서울 하월곡동 옛 집창촌 가옥에서 열리고 있는 ‘미아리, 더 텍사스’전 가운데 여성주의적 성매매를 주제로 한 ‘언니모자’의 설치작품 ‘분홍노동’. 이준헌 기자
‘분홍노동’은 서울 성북구의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 거리 안, 1970년대 지어져 2000년대 중반까지 성매매 업소로 사용됐던 2층짜리 빈 건물에서 만날 수 있다. 이 폐가에서는 30일까지 ‘알로호모라, 아파레시움! 미아리, 더 텍사스’ 전시가 진행 중이다. 2013년부터 작가들은 여기에 ‘더텍사스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이고 전시를 이어왔다. 이번에는 언니모자를 포함해 20개 팀이 참가해 성매매업소와 낡은 집들 사이에 낀 공간, 그 안을 채우는 3.3㎡(1평) 남짓한 방 17개를 각자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설치, 그림, 퍼포먼스 등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기획자인 작가 김현주씨(40)는 작품 ‘넓이116 높이174 깊이201㎝’에서 한 방의 육면에 각각 종이를 대고 프로타주로 벽의 질감을 표현했다. 김씨는 “비릿하고 냉기어린 시멘트 벽은 사람의 몸이었다. 숱한 남녀가 밤을 보냈던 날들의 온기, 폭력과 허기진 욕망 등 벽이 껴안은 것들을 가시화했다”고 밝혔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10202152195&code=96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