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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1.17 [세계일보] 성인 미혼모, 지원 차별에 두 번 운다

성인 미혼모, 지원 차별에 두 번 운다


양육 미혼모 중 60% 이상 되지만

청소년 위주 편성… 지원 쥐꼬리


“한살만 더 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어요.”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미혼모 A(25)씨는 대입검정고시를 준비하다 여건이 안 돼 포기했다. A씨를 속상하게 한 것 중 하나는 그의 ‘나이’였다. 만 24세 미만의 청소년 미혼모는 연 154만원까지 검정고시 학습비가 지원되지만 만 24세 이상은 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A씨는 “고교 졸업을 못해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하다 보니 아이를 키우기가 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공부를 정말 하고 싶었지만 나이를 기준으로 지원에 제한을 두니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만 24세 이상 성인 미혼모들이 지원 정책 부족과 사회적 편견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육 미혼모(아이를 입양 보내지 않고 양육하는 미혼모) 중 25세 이상의 비율이 60% 이상에 달하지만 지원 정책이 청소년 위주로 시행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6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청소년 미혼모는 2인 가족 기준 월 154만원 이하를 벌 경우 매달 월 15만원의 아동양육비가 지원된다. 

반면 성인 미혼모는 2인 가족 기준 월 133만원 이하를 벌 때 아이가 만 5세 이하일 경우 월 12만원, 5세 이상 12세 이하일 경우 월 7만원, 중·고등학생은 연 5만원이 지원된다. 


부가지원에서는 더 큰 차이가 난다. 청소년 미혼모에게는 연 154만원의 검정고시 학습비가 지원되며, 18세 이하의 경우 미혼모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낳으면 병원비나 육아용품 구입 등에 연 120만원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이 부족한 성인 미혼모들은 병원비가 없어 산후 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생계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미혼모 시설 고은뜰의 조선미 원장은 “미혼모는 청소년, 성인 구분 없이 대부분 상황이 어렵고 산후조리를 못해 임신 중독 등의 위험도 높지만 현재 정책은 청소년 미혼모에 집중된 것이 사실”이라며 “성인 미혼모들은 청소년 미혼모에 비해 원가정에서 밀려난 비율이 높지만 학력과 편견 등의 문제로 취직이 어려워 경제적으로 더욱 곤궁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 2010년 기준 국내 양육 미혼모 중 25세 이상의 비율은 60.5%에 달한다. 이들의 월 평균 급여는 112만6800만원에 머물고 있고 취업 자체가 쉽지 않다. 미혼모 B(36)씨의 경우 어렵게 간호학을 공부해 병원에 원서를 냈지만 미혼모란 이유로 9곳에서 거절당했고, 미혼모라는 것을 숨기고 나서야 간신히 채용됐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의 김민정 활동가는 “사실상 성인 미혼모 대책은 없다고 봐야 한다. 만 24세가 되면서 지원이 줄어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온다”며 “생계 유지가 안 되니 입양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청소년과 성인 미혼모 예산을 따로 편성하지만, 정확한 미혼모 통계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11년의 경우 청소년 미혼모 관련 예산(청소년 한부모 자립지원 예산)이 남는 일도 생겼다.

여가부의 한 관계자는 “미혼모 통계는 파악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청소년 미혼모에 대한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많기 때문에 정책이 그쪽에 집중돼 있는데, 성인 미혼모에 대한 검정고시 지원 등 요구가 높아지면 추후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김혜영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사회복지학)는 “정부는 성인 미혼모는 보호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며 “성인 미혼모는 사회적 약자인 만큼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유나·염유섭 기자 yoo@segye.com

Posted by 정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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