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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_0910_시각탐방_여러가지연구소_가지가지•소심한•이야기_민경은

2013.10.09 (13:53:27)




시각탐방가지가지소심한이야기

 

민 경 은여러가지연구소 대표, ramo798@naver.com

 

 

임시 거주지소심원

 

작년 여름여러가지연구소가 3년간 유목하며 작은 활동들을 하고 있는 부천에서 공간을 하나 만났다.이름 하여소심원(素心園). ‘본디 마음이 머무는 정원이라는 뜻을 가진 공간이다.

원미동의 한 중고등학교 담벼락과 마주하고 있으며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소심원은 1975년도에 소심원 경로당으로 세워졌다가 시설노후와 이용자 감소로 2012년 봄에 다시금 문화센터로 개소했다그러나 개소 이후쓰여 지지 않고 관리운영권이 여기서 저기로저기서 여기로 탁구대 위의 탁구공처럼 튀어 다니는 상황이었다.

이름만 문화센터인 소심원은 도시유목을 하며 지내는 여러가지연구소가 만난 두 번째 임시거주지였고공간과 장소를 중심으로 하고자 하는 작업을 긴 호흡으로 고민하는 첫 번째 계기가 되었다그 호흡의 유효기간은 담보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임시 거주지라는 조건은 삶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그리기에 아쉬움이 가득하지만일상과 예술일과 삶의 상호작용을 통해 내 삶의 가치가 축적되는 장소로는 부족하지 않음을 가을경작을 앞둔 쏙쏙 공작소와 곧 낙엽들이 머물 소심한 평상을 통해 느끼는 요즘이다.

 

 

소심한 텃밭정원쏙쏙 공작소

 

쏙쏙 공작소를 처음 기획한 것은 원미동 골목을 채우는 화분들 때문이었다골목에 내어놓은 저마다 다른 화분들에서 삶을 가꾸는 손길과 다양한 삶의 지층들을 만나며 다른 이의 삶을 엿보는 짜릿함을 느끼기도 하고 질박한 노동이 만들어낸 모습에 애정이 생겼다.

한편오랜 시간 빈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어 일부 동네주민들에게는 흉물이 된 소심원 건물을 누구라도 다시금 애정 어린 눈길로 쳐다보길 바라는 기대에서 시작되었다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그 관계 안에서 공공성을 찾고 그것을 가시화하기 위해 권위적이기보다는 수평적이고 미시적 일로서 대화의 장을 만들려는 시도였는데매우 심리적인 작업이기도 했다.

애써 심어놓은 샐러리 모종이 없어져 파인 자리를 보고 가슴이 파인 것 같다며 호들갑을 떤 날내어놓은 화분이 감쪽같이 사라져 모르는 누군가를 향해 원망을 쏟아놓았던 날알게 되었다.

애정 어린 참견과 발랄한 개입에 대한 우리들의 상이 일방적이었음을.

없어진 것들은 이질적인 주체들 간의 다양한 차이를 확인하라는 즐거운 주문임을.

그리고 차이를 소통하는 창의적인 자세가 주문에 대한 반응임을.

 

없어진 화분을 개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관계를 상호 개방적으로 작동시키는 방법으로 샐리를 찾습니다.’라고 적힌 손 그림 전단지를 내다 붙이고씨앗폭탄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했다.

샐리가 돌아올지새로운 샐리를 만나게 될지 기대하며그리고 씨앗폭탄이 싹을 틔우고꽃을 피우기를 기대하며 비로소 쏙쏙 공작소는 시작되었다.

 

쏙쏙 공작소는 의외의 반응과 변화를 피부로 느끼게 하는 공간이자구체적인 실천들을 만들어나가는 시간이다소심원과 마주한 소명여자중학교의 청소년 2명이 쏙쏙 공작소에 공작원으로 참여한지 두어 번 쯤 된 초여름 무렵의외의 것이 우리에게 왔다우리에게 말을 건 것은 텃밭 선반 위에 놓여있는 참새 주검이었다참새 주검은 우리의 흥분을 잠재워 보통의 마음을 주기도 하고장례를 치르며 희로애락이 묻어있는 작은 축제를 경험하게 했다.

우리들의 움직임에 반가워하시며 집 마당의 봉숭아 모종 두 뿌리를 투박하게 건 낸 할머님은 스스로 쏙쏙 공작소의 선생님이 되어 가지토마토호박 등의 순 치는 방법을 알려주시고시시때때로 채송화분꽃 등을 선물처럼 심어놓곤 하셔서 잘 주고 잘 받는 태도를 배우기도 했다할머니의 발랄한 개입과 뻔뻔스러운 점유는 계속되고 있고덕분에 쏙쏙 자라나는 것들이 만들어내는 변화가 우리를 흥분하게하면서도 보통의 마음을 유지하게 한다.

 

집과 집 사이 좁은 골목짧은 시간 볕이 드는 쏙쏙 공작소에서 무엇을 발견수확했을까.

그리고 우리는 쏙쏙 공작소를 하며 무엇을 변화시켰고스스로 무엇이 변했을까.

 

처음 시작할 때품은 계획처럼 가지요리를 가지가지 하지 못했고방울토마토로 썬드라이 토마토를 만들지도 못했고늙은 오이에서 씨를 추출해내지도 못했고쌈 채소들로 쌈밥축제를 열지도 못했다.

그러나 대문 안에 있던 식물들을 바깥으로 데리고 나와 텃밭에 심어주는 새로운 이웃을 만나고 새로운 관계를 발견했다또 함께 돼지감자 꽃을 기다리는 시간을 수확하고 그 시간 안에서 개인의 이야기와 공동의 기억을 수확했다볕이 드는 시간과 비가 오는 날을 반가워하는

나를 발견하고 물을 퍼다 나르는 수고로움으로 날씨에 따라 시시때때로 변하는 농사에 대한 감정을 수확했다.

흙을 만지며 이전과는 다른 일상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나의 일상을 변화시킬 가능성을 수확했다. ‘낯선 공간에 행위와 지각 경험을 통해서 감정적이고 경험적인 것의 가치가 부여되고 미지의 공간에서친밀한 장소로 전환되는 과정을 수확했다.


다름을 만나는 장소소심한 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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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도로 경계선에 바짝 걸친 소심한 평상은 두 명이 마주 앉고세 명이 걸터앉으면 꽉 차는 공간이다생기자마자 남녀노소 모이면서 동네의 사건사고들을 이야기하며 안전과 평상을 유지할 걱정에 토론이 벌어지고과일을 내놓아 나눠먹는 자발적 개입이 입체적으로 일어나는 확장된 장소다.

장소는 시간과 사회적인 관계와 개입들을 포함하는 확장된 장소로 보아야 하며 생산적인 충돌을 일으키는 활동으로 이해해야한다고 했던가.

소심한 평상이 정지된 시점과 공간만이 아니라 과정으로서 그 안의 구성요소들에 의해 변화생성됨을 경험한다.

변화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즐거운 일만이 아닌 피하고 싶은 일들도 생기고 다가오지 않은 일들에 미리 피로를 느끼며 경계하기도 한다. ‘다름’ 때문이다새로움은 자꾸 사라지고다름은 오롯이 남는다. ‘새로움보다는 다름에 주목하게 된다아니해야 한다.

 

그러나언제나 새로움을 기대한다.

새로움을 기대할 수 있는 건 다름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을 감당할 수 있을 때다소심한 평상에 앉아있으면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어제의 다름과 오늘의 다름의 차이를 줄여나가는 것이 우리 일상을 변하게 할 것이라는 기대를 마주한다개별적 시선으로 차이를 드러내며 상호 개방적으로 차이와 다름을 소통하는 토양을 만드는 작업에 대한 가능성을 만난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변한 나와 변하지 않은 나’ 사이의 다름을 시시때때로 만난 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2013년 가을원미동소심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여러가지연구소의 이야기다추상적 공간이 시간과 경험이 쌓여 의미가 가득한 구체적 장소가 된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다단물 빠진 늙은 가지들만 주렁주렁 남아있는 소심한 텃밭에 가을국화 두어 포기 심고소심한 평상에 자연스럽게 모인 남녀노소와 소심한 반상회를 하려는데차가워지는 가을 공기에 마음이 분주해진다.작년에 이어 만나는 원미동과 사람그리고 이야기들이 서로 교차하며 쌓이는 것에 설레 이고서서히 깃들어 가며 스스로의 변화를 기획하는 우리를 발견한다.

 

 

 

## 여러가지연구소는 도시의 물리적 공간주민들의 삶을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문화적 가치와 매력을 보고 여러 가지 현안을 확인해가면서 예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을 찾아보고자 하는 활동들을 하고 있다활동을 해오면서 작은 공간에서 작은 사건 따위들로 서로를 견인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지가지공작소를 열어 예술이 지역과 연계되었을 때 효율적으로 전이되거나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 하고 있는 중이다.

 

## 가지가지공작소 프로젝트는 2013년 봄쏙쏙 공작소를 시작으로 땀땀 공작소콩콩 공작소단단 공작소가 계획 또는 진행 중이다가지가지공작소는 동네에 비어있는 틈새를 발견하고 기능과 전문성에 매몰되지 않는 행위를 구현하는 과정이며주저 없이 쓸데없는 짓거리작은 행위들을 통한 장소성,이야기관계를 발견생산하고자 한다.

 

Homepage : gazygazy.net

E-mail : gazygazylab@gmail.com

Facebook : 여러가지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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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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