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융통성'을 가졌다면 얼마 안 들이고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낮시간에만 하루 4시간씩을 걸었다. 그 중 이틀은 밤을 꼬박 새운 채였고 나머지 날은 3시~5시에 잠들었다 일어난 참이었다. 그마저도 밤에 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은 차이가 확연했다.

극기를 위함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것은 몸부림이었다.
그냥 그때의 기분이나 다소 추상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그저 택시를 타고 싶지도, 택시기사에게 흥정을 하고 싶지도 않다. 누군가에게 길을 묻고 싶지도 않다. 하는 느낌이었다.
촌부리 지역에서의 하루는 조금 특별했다. 영어회화를 할 줄 아는 사람도, 내게 길을 알려줄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그 전까진 어디나 있을 줄 알았던 영어를 병기한 이정표도 없었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돌아다니다 저녁무렵 오토바이택시를 타고(호텔 프론트에있던 명함 뒷면에 타이어 약도가 있었다. 비록 그것이 내겐 유용하지 않았지만 마지막엔 그 덕에 숙소로 돌아올 수가 있었다.)숙소로 돌아왔다.

그저 아침이면 짐을 싸서 숙소를 나온다. 내 앞엔 길이 있고 나는 여행자다. 고로 걷는다. 뭐 그런 식이다. 기온이 33도를 웃돈다. 햇볕을 받으며 걸으면 그 열기는.. 이제껏 맛보지 못했던 묘한 해방감을 가져다주었다. 신기하게 목도 마르지 않더라. 이따금씩 가방의 무게가 느껴졌을 뿐.

이곳에서 난 매일 아침 머리가 굉장히 푸석하다고 느꼈다. 여행(길거리의 먼지 등)탓이라고 생각하며 평소보다 더 열심히 머리를 감았다.
그러다 오늘 비로소 알았다. 머리가 타 버렸단 걸... 아마 이대로라면 내 모발은 곧 곱슬머리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단)거다.
근데 다시생각해보니 난 아시아사람이고 유전자가... 음 그냥 태국사람들 머릿결이랑 비슷해진것 같다.

방금전까지 머릿결 문제가 상당히 주요한 고민거리였는데, 일순간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하고 생각해버렸다. 좋네

그리고 중간중간 일어번역체인건 당신 탓이지 내탓은 아냐.

Posted by 정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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