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Check!] “여자로 살아봤습니다” 금기에 대한 도전
  • 입력2015.02.15 (07:19)


▶『지구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_크리스티안 자이텔 지음, 배명자 옮김, 지식너머 펴냄 


시작은 추위 때문이었다. 하필 그날 아침 냉기가 종아리를 감싸더니 이내 재채기가 났다. 그렇다고 볼썽사나운 남성용 내복은 입기 싫다. 왜 남자에게는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 그리고 여러 기능을 갖춘 옷이 허용되지 않는 것인가. 결국, 이 남자는 ‘금남의 아이템’ 여성용 스타킹을 사고 만다. 


보들보들한 감촉에 체온을 쾌적하게 유지해주는 기능까지, 게다가 이 물건에는 섬세한 영혼이 깃들어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시작된 ‘여성용’에 대한 호기심은 위험한 도전으로 이어진다. 


저자 크리스티안 자이델은 남성용 내복과 여성의 스타킹의 차이를 목격한 후, 여자로 살아보기로 한다. ‘여자 체험’의 시작은 원피스와 하이힐, 실리콘 가슴과 여성용 속옷, 가발과 메이크업 등 ‘장비’ 마련이다. 그 과정을 통해 여자들이 왜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지, 옷장 앞에서 서성이는 시간이 그토록 긴 것인지, 아름다운 각선미를 위해 어떤 고통을 참아내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서서히 자신의 여성성을 발견하게 된 저자는 ‘남자로서’ 익숙했던 행동에 대해 돌아본다. 진짜 남자가 되기 위해 필요하다는 모든 능력을 키웠고, 이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강하고 멋진 모습도 있었다. 하지만 ‘여자로 사는 동안’ 그 익숙했던 모습이 어느덧 사라져있음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진짜 내 모습은 무엇일까. 


저자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사회가 구분 지어 놓은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다. 이 책은 단순히 여장남자의 해프닝이 아니다. 남자라서, 혹은 여자라서 금기시되는 것에 대한 도전을 통해 우리 사회에 고정된 성 역할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결국, 저자는 ‘여자 체험’을 통해 진짜 남자로 돌아오게 된다.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은 채 한 인간으로서 진정한 모습을 찾은 것이다. 1년에 걸친 파격적인 실험을 통해 이성에 대한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이 유쾌하고 감동적이다. 


http://news.kbs.co.kr/news/NewsView.do?SEARCH_NEWS_CODE=3020863&ref=A

Posted by 정규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