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2.13 19:33수정 : 2015.02.13 20:33



[토요판] 정희진의 어떤 메모

<자살보다 SEX>
무라카미 류 지음, 한성례 옮김, 이룸, 2003

제목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읽기의 첫걸음이건만 ‘낚싯줄’에 끌린 책이 적지 않다. 최근에도 몇 권 ‘당했다’. 은둔 생활 안내서인 줄 알았더니 전직 정보기관 종사자가 쓴 신분 위조 책이었다. 제목이 내 신세 같아 샀더니 그 부분은 달랑 한 쪽이었다. <자살보다 섹스>(自殺よりはSEX)는 자살과 섹스에 대한 ‘한 말씀’을 기대했는데, 외로운 현대인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겠다는 당황스러운 책이었다.


일본 사회의 맥락을 고려한다 해도 ‘꽝’이다. 게다가 여러 곳에서 번역 출간되다니. 무라카미 류나 출판사에 대한 감정은 없다. 그가 여성지 등에 기고한 짧은 에세이를 모은 책으로 부제는 ‘무라카미 류의 연애와 여성론’. 이럴 때 ‘ㅠ’는 정말 정확한 단어다. ‘자살보다 섹스’는 서른 살이 넘어서도 미팅에 나가는 ‘쓸모없는’(저자의 표현) 여성들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고 조언하는 세 쪽 분량의 글 제목이자 표제작(?)이다. 매력적인 남자는 미팅에 안 나온다고 한다.(후략)


대개 자살을 최악의 인생으로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사는 것은 만만한가? 사는 게 가장 어렵다. ‘자살보다 여행’도 가능하지만 기왕 ‘자살보다 섹스’라면, 자살만큼이나 섹스도 쉽지 않다.

정희진 평화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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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78413.html



Posted by 정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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