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태국공동체 회장, 출산도우미, 그리고 사장

 

눈치를 보던 그가 드디어 일을 저질렀다. 결혼 10년 동안 혼자 모은 1천 만 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2011년 7월부터 원미시장 입구에서 태국식품점&식당 아시아마트를 열었다. 신랑은 “아이들이나 잘 키우지 여자가 무슨 일이냐”며 말렸다. 엘리베이터 A/S를 하는 남편수입으로 사는 데에 불편함은 없다.

 

2011년 6월 신포 국제 음식경연대회 1위, 2010년 10월 한국, 태국음식요리 경연대연대회 3위, 2010년 7월 부천여성청소년센터 한식요리교육 수료 등 태국 출신 결혼이민자 나파랏(42세)의 수상 경력이다.

 

 

하지만 그녀의 욕심도 만만치 않았다. 그녀는 결혼 전 한국에 가면 태국음식점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쉽사리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 동네는 외국인들이 많이 사니까 여보 나파랏 한 번 믿어보세요”라며 신랑을 안심시켰다.

 

 

파타야에서 원미동까지

 

태국에 거주할 당시 그녀의 엄마와 함께 식당을 운영했던 경력을 그냥 두기에는 아까웠다. 원미동에서 와서 한식요리교육을 수료하고 각종 음식경연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에 자신감도 있었다. 시작한지 만 3년 만에 사업은 안정적이다. 월 순수입 2백만 원 이상을 기록 중이다.

 

나파랏의 고향은 우리에게 휴양지로 알려진 태국 파타야이다. 그는 2000년 친구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결혼 이민자로 한국 땅을 밟았다. 처음 10년 동안은 아이 둘을 낳아 키웠다. 직장에 다니는 것을 남편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렇게 ‘자리보전하고 앉아 있을’ 나파랏이 아니었다. 각종 부천시 여성청소년회관에서 산모 출산 도우미 자격을 얻어 태국과 중국 등 결혼이민자의 출산을 도왔다.

 

나파랏의 가게는 ‘결혼 이민자의 사랑방’이다. 태국에서 시집 온 아낙네들의 불편과 고민거리를 들어준다. 한국어가 서툰 그녀를 위해 병원에 동행해 담당의사 앞에서 아픈 곳을 설명해주고 이곳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일러준다. 그의 가게 한쪽 벽은 쌀, 국수, 양념 등 태국에서 온 태국 식품이 가득하다. 부천시 원미구 원미동 근처에 거주하는 태국 이민자들이 주문하면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 해준다.



가게 한 켠에는 테이블을 내놓았다. 2인용 좌석 4개의 테이블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직접 주문하면 음식을 내어준다. 손님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국수볶음 요리 ‘팟타이’와 만두튀김 ‘빠삐아’이다. 특별한 광고나 소문을 내지 않았다. 태국을 여행했던 한국인이나 인터넷 후기를 보며 손님이 꾸준하다.


 

아침 7시에 눈을 뜨는 나파랏은 가게 문을 닫는 밤 9시까지 아이들을 돌보느라 집과 가게를 오가며 바쁜 일상을 보낸다. 나파랏은 부천이 좋다. 그리고 원미동이 사랑스럽다. 그는 “이곳은 다문화 이민자들을 많이 도와주기에 고맙다”고 말했다.

 

 

부천시적십자회와 도당동새마을부녀회는 더욱 감사한 곳이다. 나파랏의 식당 김치는 그가 직접 담근다. 태국 맛이 자연스럽게 승화한 원미동 ‘나파랏 표 김치’를 손님 상에 당당히 올린다.

 

 

고마운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나파랏과 같은 결혼 이민자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인도 있다. “친구들이랑 태국말로 이야기 하면 모르는 한국 사람들이 시끄럽다고 말해요. 우리가 못 알아듣는 줄 알고요.” 그냥 우리의 일상 대화일 뿐인데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볼 때가 종종 있다.

 

 

딸 앞에서 약하다.

 

 

나파랏이 눈물을 찍어낸다. 엄마와 딸 이야기를 꺼냈을 때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딸이 시장에 갈 때면 손도 잡지 않고 멀찌감치 떨어진다. “다른 엄마들 얼굴은 하얀데 엄마얼굴은 왜 까매? 엄마는 왜 외국인이야” 딸이 이렇게 물으면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물론 딸도 기분이 좋으면 엄마 손을 잡고 당당히 걸어 다니며 수다를 떨고, 울적한 마음이면 “엄마 밖에서 태국 말 하지 말라”고 당부할 때도 있다.


 

결혼 생활 13년 동안 나파랏은 3번 고향에 다녀왔다. 자주 못 가지만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은 겨울방학 때 마다 번갈아 보낸다. 아들은 파타야를 좋아한다.

 

나파랏은 태국에 홀어머니와 5형제를 두고 홀로 왔다. 고향이 그리울 때는 엄마와 국제전화로 수다 떠는 게 유일한 낙이다. “왜 이리 통화가 길어”라는 신랑의 잔소리를 들을 때도 있지만 통화시간을 줄이기 힘들다.

 

 

부천에는 태국이민자 가정이 15가족이 있다. 외국인 행사나 모임에서 자주 만나며 교류를 통한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부천외국인 노동자의 집 태국공동체 회장을 맡았던 나파랏은 11월 17일 감사장을 받았다. 이제는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결혼 이민자로 만난 친구가 얼마 전 나파랏과 같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 적 있다. 그는 “친구가 할 수 있다고 하면 1천만 원만 받고 이 일을 넘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 달에 2백만 원의 순수익이 나오는 가게를 권리금도 없이 넘긴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한국에선 이럴 경우 권리금을 받는다. 이런 사실을 설명했다.

 


‘처음 듣는 권리금’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자 그의 눈은 반짝였다. 이국땅에서의 ‘똑’ 소리 나게 열심히 살고 있는 나파랏의 원미동 적응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오늘 저녁이나 점심 장소를 정하지 않았다면 이곳도 좋다. 태국에서 건너온 ‘육수통’에서 직접 돼지고기 등뼈로 직접 육수를 낸 쌀국수며, 튀김이며 맛이 좋다.


본문 및 사진 출처 : 정재현의 사람일기

http://blog.naver.com/newmo68/120202599952

Posted by 정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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