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탈출] 베트남 고원도시 달랏

연 평균 섭씨 18도, 커피와 포도 맛있게 익는 '동남아의 Paris'

박종호 기자 icon다른기사보기

2012-04-26 [15:15:00] | 수정시간: 2012-04-26 [14:33:07] | 27면


▲ 베트남의 고원도시 달랏은 프랑스식 건물들이 많아 '프티 파리'라고 불린다. 달랏의 중심부에 위치한 쑤언흐엉 호수를 배경으로 평화로운 모습이 펼쳐져 있다.


'프티 파리(작은 파리)'라 불리는 곳. 예쁜 프랑스식 건물들이 여행객을 미소 짓게 만드는 곳. 연 평균 기온 18도, 날씨까지 기분 좋게 선선하다. 어딜 가도 꽃과 과일이 넘쳐난다. 근교에서는 커피와 포도가 익어가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 베트남의 고원도시 달랏(Da Lat), 여기가 베트남이라면 사람들이 믿을까.
 
 
베트남 남부 호찌민에서 북쪽으로 약 300㎞ 떨어진 달랏. 차로 7시간이나 달려야 하는 먼 거리다. 호찌민에서 아침 일찍 차를 타고 나섰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 순간부터 날씨가 선선해진다. 해발 1,500m의 고원도시 달랏에 가까워진 모양이다.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긴팔 옷을 꺼내 입었다. 

차밭이 보이는가 했더니 어느새 커피밭이 나타난다. 고산지대의 선선한 기후는 커피 재배에 적합하다. 인스턴트커피, 기껏해야 커피콩 정도를 보았지 커피나무는 처음이다. 기원전 6~7세기 에티오피아의 한 목동은 양들이 어떤 열매를 먹고 흥분하는 것을 보았다. 그도 양을 따라 이 열매를 먹어 보았더니 기분이 좋아지고 잠이 깼다. 이렇게 커피를 발견하게 되었단다. 커피밭에서는 흰색의 커피꽃이 막 시들고 커피체리가 빨갛게 익어가기 시작한다. 작은 포도송이 같기도 하다. 매일같이 마시는 커피가 자라는 모습을 직접 보았으니 오랜 시간 차로 달린 보람이 있다. 


빨갛게 익어가는 커피체리.


베트남은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의 커피 수출국이다. 진한 커피에 연유를 섞어먹는 베트남 커피는 한 번 빠지면 자꾸 생각이 난다. 괜찮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도 우리나라 돈 1천~2천 원이면 충분하다. 때는 프랑스 식민지 지배 시대. 베트남의 무더위에 지친 프랑스 사람들이 달랏을 발견해 휴양 도시를 만들고, 주변에 커피나무도 심었단다. 



여느 베트남 지역과 달리 달랏의 호텔에는 에어컨이 없다(필요가 없으니까). 여행객 입장에서는 선선해서 좋은데, 현지인들은 두꺼운 겨울옷을 입고 목도리까지 하고 다닌다. 사람마다 참 다르다. 달랏의 중심에는 댐 건설로 생긴 인공호 쑤언흐엉 호수가 있다. 5㎞에 달하는 호수 주변 길에서는 자전거를 타기에 좋겠다. 동화 속에 나오는 듯한 마차도 빌려준다. 호수의 이름은 베트남의 유명 여류 시인 호쑤언흐엉(胡春香)에서 따왔다. 그녀의 이름은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의 춘향이와 같다. 베트남의 춘향이 시인은 순탄치 않은 삶을 산 모양이다. 두 번에 걸친 결혼이 실패로 끝나자 전국을 유람하며 많은 시를 썼는데 대표적인 작품이 '첩살이'다. '금침을 덮는 년과 추위에 떠는 년이 있으니 ××! 첩의 운명이다. (중략)이 몸이 이 길을 알았다면 관두고 혼자 살았을 것을.' 그녀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신혼부부들은 애정 표현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달랏은 베트남 최고의 신혼여행지이다.


달랏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와인이 생산된다.


호숫가 카페에 앉아 달랏 와인을 시켰다. 호숫가 건너편에 에펠탑을 꼭 닮은 철탑이 보인다. 이 탑을 보며 와인을 마시니 정말 파리에라도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달랏 와인은 보디감은 약간 부족하지만 산미가 좋다. 달랏 시장에서는 한 병당 3천 원가량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마시고! 마시고! 마시자!



달랏은 호찌민 루트가 있던 쯔엉선 산맥의 끝에 위치했다. 베트남전 당시 북베트남의 게릴라와 물자가 이 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전쟁 중에도 달랏에서는 서로 암묵적으로 전투를 피하고 남베트남의 고위 관료들과 베트콩 간부들이 번갈아 휴식을 취했단다. 그 시절의 호텔을 수리해 다시 문을 열었다는 달랏 팰리스는 프랑스 왕궁처럼 보인다. 달랏 팰리스는 베트남 최후의 바오다이 황제를 위해 지은 베트남 최초의 골프장도 가지고 있다.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이 난 골프장이다. 베트남에서 골프를 칠 것 같으면 선선하고 아름다운 여기가 좋겠다. 바오다이 황제의 별장도 빠뜨리면 섭섭하다. 

달랏에는 사계절 꽃이 핀다. 베트남 정부는 몇 년 전 달랏을 깨끗한 채소와 화훼를 생산하기 위한 산업중심지로 결정했다. 그 덕분에 달랏 시장에는 꽃과 채소가 많다. 달랏 시장에는 아티초코차, 딸기잼, 와인, 커피 등 사고 싶은 특산물이 눈에 많이 띈다. 


`XQ 달랏 역사마을`에 전시된 화려한 자수가 수놓아진 아오자이.


신혼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사랑의 계곡'도 볼 만했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XQ 달랏 역사마을'이 인상적이었다. 자수 전시장이라 쇼핑센터쯤으로 생각했는데 자수로 만든 테마파크에 가까웠다. 베트남의 자수는 섬세하기로 이름이 났다. 초상화, 가족사진, 입체작품까지 다양하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은 것이라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놀라운 작품들이다. 자수의 세상에 빠지고 나니 베트남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달랏역의 명물인 증기기관차.


다음 날에는 기차를 타고 달랏 교외로 나가보기로 했다. 프랑스 식민 시절 기차는 달랏과 하노이를 연결하는 편리한 교통수단이었다. 베트남에 거주하던 프랑스 사람들은 기차를 이용해 달랏까지 여행을 왔다. 또 기차는 달랏의 신선한 채소와 커피를 하노이로 실어 날랐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달랏역은 시간이 멈춘 듯하다. 달랏역의 증기기관차는 지금은 운행을 멈췄지만 차이맛(Trai Mat)이라는 관광지까지 2량으로 운행하고 있다. 옛날 기차에 오르니 다들 즐거운 표정이다. 철도변 들꽃들이 여행객을 반겨 준다. 기차를 타고 본 달랏에는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는 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차이맛의 영복사에는 용이 천지다.

차이맛의 베트남 사찰 영복사(靈福寺)는 용이 천지로 많았다. 입구부터 대웅전 기둥, 경내도 꿈틀거리는 용들로 장식되어 있다. 용의 비늘은 전부 맥주병 조각으로 만들어졌다. 맥주를 몹시 사랑한 용이었을까. 수십m에 달하는 전신을 노란 꽃으로 장식한 약사여래상도 눈길을 끈다. 꽃의 도시답다.


달랏 인근에 위치한 다딴라 폭포.


달랏 주변에는 다딴라, 프렌 폭포 등 이름난 폭포들이 있다. 달랏에서 오토바이를 빌려 폭포를 보러 다녀도 재미있겠다. 다딴라 폭포를 보러갔다 협곡을 따라 흘러가는 많은 수량에 놀랐다. 폭포를 보러 내려가는 길에 설치된 봅슬레이는 아이 어른 누구에게나 흥미진진하다. 달랏이라는 이름은 고산족인 랏족(Lat)에서 유래했다. 시간만 더 있었으면 랏족 마을도 보러갔을 텐데. 달랏에는 먹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것도 많다. 

베트남 달랏

글·사진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취재협조=투어클릭 


찾아가는 길 
 
베트남 달랏까지의 비행기는 호찌민에서 하루 2~3편(45분 소요), 하노이에서 1~2편(1시간 40분 소요)이 있다. 달랏까지 차편은 호찌민에서 수시로 있다. 호찌민 미엔동 버스 터미널에서 달랏까지 1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출발한다. 7시간 소요. 부산~호찌민~달랏으로 가는 베트남항공 비행기편은 한신항공(051-255-1686)에서 구입할 수 있다. 달랏에 대한 정보 및 상품은 베트남 전문브랜드 '투어클릭(www.tourclick.net)'으로 문의. 박종호 기자


본문 및 사진 출처 : 부산일보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20426000006



Posted by 정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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