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차이나타운이 최근 인근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지역마다 독특한 중국인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조선족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일대 옌볜거리. /권욱기자

옌볜 노래로 스트레스 풀고… 전단지로 월세방 구하고…

음식서 문화·놀이까지 '그들만의 세상'

가리봉 주민 40~50%가 조선족 노동자, 중국공상은행은 본점 외 대림동에 지점

화교·관광객 연남·연희동으로 몰리고 유학생 늘며 대학가서 현지음식 팔기도 

지난 18일 찾은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옌볜(延邊)거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붉은색 한자로 '구육관(狗肉館·개고기식당)'이라고 적힌 식당 쪽으로 우르르 들어가는 한 무리의 남성들이었다. 일행 중 한 명이었던 조선족 이모(45)씨는 "일용 근로할 때 종종 만나는 친구들인데 오늘은 일감이 없어 집 주변에서 쉬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구로공단의 배후 주택밀집지로 형성된 가리봉동은 주민의 40~50%가량이 조선족 노동자일 만큼 대표적인 서울 속 차이나타운이다. 조선족이 밀집해 있는 만큼 주변과 구별되는 독특한 문화도 세월을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이씨는 "처음 가리봉동에 왔을 때 중국식당의 음식이 실제 중국에서 먹었던 맛과 똑같아서 놀랐다"며 "서울 안에서 중국과 가장 비슷한 곳"이라고 전했다.


가리봉동의 사례처럼 서울 곳곳에 위치한 차이나타운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은 음식부터 놀이까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특히 조선족 노동자들이 주를 이룬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영등포구 대림동 지역과 화교·중국인 관광객들이 중심이 된 서울 마포구 연남·연희동 일대는 같은 차이나타운임에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고가도로 하나 두고 마주한 벌집촌과 빌딩숲=가리봉동 옌볜거리는 주변 빌딩숲 사이에서 섬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고가도로를 기준으로 바로 옆쪽 지역인 금천구 가산동만 하더라도 각종 쇼핑몰과 고층 건물이 즐비하지만 가리봉동은 오래된 3~4층 건물들만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옌볜거리와 이어진 골목에 자리잡은 '벌집촌'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외벽 일부가 허물어지고 칠이 벗겨진 다가구주택마다 전용면적 9.9~16.5㎡ 사이의 쪽방이 밀집해 있다. 이 지역 쪽방들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 임대료 15만~20만원 수준으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 저소득 조선족이 주요 수요층이기 때문에 중개업소에서 계약을 하기보다는 골목마다 방 상태를 간략히 휘갈겨 적은 전단지를 통해 직접 거래한다. 이 지역에 3년째 살고 있다는 정모(75)씨는 "조선족들이 중국에서 처음 오면 정식 계약 절차가 복잡하고 중개료가 비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집주인과 간략하게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조선족들은 방을 구하기 전까지 하루 숙박비 1만~2만원가량의 여인숙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많아 옌볜거리에서는 여인숙 간판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1&oid=011&aid=0002616204&cid=512473&iid=48882072

Posted by 정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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