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 주는 캐나다에서 유일하게 프랑스어만을 공식 언어로 인정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뿐만 아니라 퀘벡에 사는 프랑스계 캐나다인들은 자신들의 언어문화를 지키기 위해 캐나다의 다른 지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인 영어 사용을 제한하는 법을 제정하기까지 하였다.
'영어 침략'에 맞서는 퀘벡
1961년, 퀘벡에서는 문화부와 함께 프랑스어청Office de la Langue Fran- çaise을 신설하고 신문과 공공 게시물에 프랑스어를 우선적으로 사용할 것을 법으로 정했다. 1977년에는 '법안 101'이라 불리는 <프랑스어 헌장Charte de la langue Française>을 제정하여 퀘벡의 공식 언어는 프랑스어임을 선포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공공 게시물과 상업 광고 등의 공적, 사적 영역에서 프랑스어만을 사용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영어 침략'에 맞서고 있다.
사진1 삽입_불어를 지키기 위한 움직임_캡션
최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퀘벡으로 들어오는 이민자들을 위한 프랑스어 교육에 많은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프랑스어 교육을 이수하지 못한 이민자가 퀘벡에서 정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 이 교육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프랑스어를 보호하는 법이 오히려 퀘벡의 성장과 번영에 걸림돌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캐나다의 다른 지역과 이웃 나라 미국이 모두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어만 고집하는 것은 퀘벡을 고립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어를 모어로 하는 퀘벡의 다수 주민들은 프랑스어 사용을 권장하고 영어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법으로 강제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퀘벡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다른 가치보다도 우선하는 일이라 생각하므로 영어로부터 프랑스어를 지키고자 하는 강력한 법의 시행을 대체로 찬성하고 있다.
프랑스어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안 101'
연방 국가인 캐나다는 주마다 독립적인 법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특히 퀘벡 주는 지역의 특수성을 보전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대로 공공 게시물과 상업 광고에 프랑스어만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장의 이름을 프랑스어로 하거나 프랑스어식으로 번역해서 쓰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사업장의 이름마저 퀘벡 주에서는 프랑스어식으로 바꾸어 써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entucky Fried Chicken: KFC'이 퀘벡에서는 '풀레 프리 켄튀키Poulet Frit Kentucky: PFK'로 표시된다.이런 법 제도 때문에 미국의 유명 레스토랑인 '레드 로브스터Red Lobster'는 프랑스어식 표기를 거부하고 매장을 철수했다고 한다.
사진2 삽입_ 퀘벡 코아당 수상 폴린 마루아_캡션
이러한 정책에 더해, 집권당인 퀘벡 코아당은 '법안 101'을 유아 교육에까지 확장해서 적용하겠다고 발표해 영어 교육을 선호하는 이민자들의 우려를 낳았다. 또한 퀘벡 코아당은 11명에서 50명의 직원을 고용한 회사의 공식 언어를 프랑스어로 의무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직원 수가 50명 이상인 사업장에서만 의무화하던 기존 정책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사실상 거의 모든 사업장의 근로자들은 반드시 프랑스어를 쓸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사진3, 삽입_법안 101의 불평등, 위험을 주장하는 그림_캡션
사진4 삽입_법안 101 강화를 반대하는 사람들_ 캡션
이 밖에도 몬트리올 서부 지역인 우타웨Outaouais에서는 프랑스어 사용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며 이 지역을 중점 관리 지역으로 삼아 프랑스어 사용률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 일환으로 대부분의 이민자의 자녀를 프랑스어 학교에 진학하도록 규정한 '법안 101'을 직업 교육 과정CEGEP에도 적용하고자 하는 퀘벡 주 정부의 정책이 어떤 효과를 거둘지, 주민들에게 어떤 호응을 얻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글_이정생
이정생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영어 강사로 활동하다 캐나다로 이주했다. 현재는 캐나다 몬트리올에 거주하며 몬트리올 한인학교에서 10년째 현지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고, 인터넷 매체에서 영화 관련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다.
CECR (CadreEuropeenCommundeReference) 를 근간으로 하여 현재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Delf 시험의 B2 단계를 대비하기 위한 수험서로서,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화된 접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B2 단계는 언어의 독립적 구사단계로서, 약 350~550시간 정도의 학습량을 달성한 학습자가 각 영역별로 50개의 Activites, 즉 전체적으로 200개의 Activites 를 수행하도록 구성되었다. 각 영역은
A comme... aborder (각 분야의 성격 및 개요) B comme... brancher (유형파악) C comme... controler (제출 가능한 답안) D comme... DELF (실전테스트)
로 구성이 되어, 수험자가 시험의 유형에서 부터 테스트에서 중심을 두고 있는 축에 대한 이해와 다양한 연습문제를 접해볼 수 있도록 하였다.
'퀘벡'은 캐나다의 한 주(state가 아니라 province)이다. 그러나 면적은 매우 넓어서 136만 5천 제곱킬로미터나 된다(남한 면적 : 10만 제곱킬로미터, 남북 합친 한반도 면적 : 23만 제곱킬로미터).
구글지도에서 본 퀘벡주. 빨간색 테두리 안이 퀘벡주이다
물론 이 면적은 당연히 프랑스(55만 제곱킬로미터)보다 넓은 것이다. 사실, 프랑스어권에는 콩고민주공화국 다음으로 넓다.
캐나다의 국가 공용어는 두 개다. 하나는 영어이고, 하나는 프랑스어(불어)다. 물론 영어 사용자들이 프랑스어 사용자들보다 많다. 그런데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 중에도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있고,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 중에도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마디로 두 언어를 모두 어느 정도 이상(혹은 모국어처럼) 하는 사람들은 많고 통계상으로 보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 중에서 퀘벡 주는 캐나다에서 유일하게 프랑스어만을 공용어로 쓰는 곳이다. 위의 지도에서 퀘벡 오른쪽 아래에 NB라고 쓰인 곳이 있다. 여기가 뉴브런스윅(New Brunswick, 불어로는 Nouveau Brunswick)주인데 여기는 영어와 프랑스어 두 개가 공용어인 지역이다. 나머지 지방은 영어만이 공용어이다.
즉,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쓰는 곳은 두 군데이다 : 퀘벡(Quebec), 뉴브런즈윅(New Brunswick)
그런데 퀘벡 주에서 프랑스어만이 공용어라고는 하지만, 퀘벡에서 가장 큰 도시인 몬트리올(Montreal, 불어 : 몽헤알)에서는 영어가 제법 잘 통한다. 이유는, 이 지역에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캐나다인들이 꽤 있고, 영어를 쓰는 이민자 출신들이 꽤 있으며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쓰는 퀘벡 사람도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퀘벡 프랑스어'? '캐나다 프랑스어'?
그렇다면 '퀘벡 프랑스어(Français québécois)'가 맞을까 아니면 '캐나다 프랑스어(Français canadien)'가 맞을까? 만약 퀘벡 프랑스어라고 한다면, 뉴브런즈윅주 등 다른 지역에서 쓰는 프랑스어를 포함시키지 않는 꼴이 된다. 하지만 여기서는 캐나다 퀘벡에서 프랑스어를 가장 많이 쓰니 '퀘벡 프랑스어'라고 칭하겠다.
내가 본 퀘벡 프랑스어
퀘벡은 지도에서 보듯이 상당히 넓다. 물론 중북부지방은 인구 수가 적은 곳들이 많고 원주민(autochtone)들이 많다. 하지만 이 지방들을 뺀 남쪽만 본다 하더라도 프랑스보다 넓게 퍼져 있는 건 사실이다. 퀘벡 남쪽 국경을 선으로 이어보면 프랑스 국토를 넘는 길이가 나온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퀘벡 프랑스어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퀘벡 프랑스어 내에서도 여러 사투리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퀘벡 주와 뉴브런즈윅 주 바깥에서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프랑스어를 배워서 퀘벡 내로 들어와 거주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퀘벡에서 불어를 들으면 화자가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발음이 이상한 것인데도 그것이 퀘벡 사투리인 것처럼 인식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스티븐 하퍼(Stephen Harper) 현 캐나다 총리는 영어권 사람이라 그런지 프랑스어로 인터뷰 할 때 발음이 어색하다.
하지만 이 사람의 인터뷰를 들으면, 확실히 퀘벡 프랑스어를 배웠다는 느낌이 든다. 프랑스식 프랑스어를 배웠다면 이런 식으로 발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퀘벡 프랑스어가 어떻게 다른 지 살펴보도록 한다.
퀘벡 프랑스어 발음의 큰 특징 몇 가지
1) 끝을 얼버무린다
예를 들어서 J'accepte.를 발음할 때 프랑스에서는 '쟉쎕뜨'라고 하지만 퀘벡에서는 '쟉쎕'에 가깝다(조금 과장하자면). 끝을 얼버무리거나 약하게 발음하는 경향이 강하다(한국어로 표기하는 것이 어려움). 아래 동영상에서 예를 몇 가지 보도록 한다. 아래 동영상은 2014년 퀘벡 총선 토론 동영상이다. 후보자들은 당연히 퀘벡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이니 특징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동영상 0:13(처음 시작해서 13초 지난 부분에서 나오는 한마디) : Bienvenue au debat des chefs deux mille quatorze.
이 문장. 여자 사회자가 말하는데, 특히 2014년을 말할 때 quatorze(꺄또흐즈)라고 하지 않고 quator(꺄또...)처럼 발음한다. 'ze(즈)'발음에서 본토 프랑스어에서 차이가 난다.
동영상 1:07 : ... pour confronter leurs visions du Quebec, pour vous convaincre ...
역시 여자 사회자가 convaincre를 '꽁뱅크흐'라고 하지 않고, '꽁뱅...'이라고 한다.
2) 구개음화
한국어를 예로 든다. 한국어에서는 '굳이'를 '구디'라고 하지 않고 '구지'라고 발음하며, '같이'를 '가티'라고 하지 않고 '가치'라고 발음한다. 즉, ㄷ->ㅈ, ㅌ->ㅊ으로 발음이 변화하는 것이다. 이를 구개음화라고 하는데 퀘벡 프랑스어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동영상 0:15 : Un rendez-vous toujours aussi incontournable, attendue...
여기서 잘 들을 발음은 바로 마지막 단어 'attendue'이다. 프랑스에서는 '아떵듀'로 발음하는데 (즉, d를 'ㄷ'로 발음) 동영상에서의 여자 사회자는 'd'를 'z' 비슷(?)하게 발음해서 '아떵쥬' 비슷하게 발음난다. 특히 이것은 퀘벡 프랑스어에서 가장 선명해 보이는 현상이다. dire(디흐)를 '지흐'처럼 발음하는 등 d를 특이하게 발음한다. 위의 토론 동영상에서도 이런 예가 매우 많이 나온다.
3) '앙' --> '엥'
여자 사회자가 남자 사회자 이름을 부를 때 'Sebastien'을 '세바스치엥' 비슷하게 발음한다. 프랑스에서는 '세바스치앙'에 가깝지만 퀘벡에서는 '앙'이 '엥'에 가까워지는 경우가 있다. 즉... '-en'으로 끝나는 단어들이 대표적인데, 'bien'을 프랑스 표준어에서는 '비앙', 퀘벡에서는 '비엥'이라고 발음한다. 물론 이런 '비엥' 발음은 프랑스 남부 사투리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꼭 -en으로 끝나는 단어들 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 '앙'으로 발음하는 'in', 'en' 등도 모두 '앵'으로 발음한다. ex) demain (프랑스 : 드망, 퀘벡 : 드맹)
이 밖에도 크고 작은 발음 차이가 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퀘벡에서 쓰고 프랑스에서는 쓰지 않는 단어들을 이야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