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찡찡" 태국서 지름신 부르는 수다쟁이

[피플]태국 'trueGS 홈쇼핑' 한국인 쇼핑호스트 고지선씨


↑태국 trueGS 홈쇼핑 쇼핑호스트 고지선씨.


"디 찡찡(진짜 좋아요)", "툭 찡찡(정말 싸요)", "마이미 깜라이 찡찡(남는게 없어요)", "미짬누원짬깟 찡찡(한정 수량이에요)". 

태국 'trueGS 홈쇼핑' 방송에서 한 쇼핑호스트가 쉬지도 않고 목청을 높인다. 태국 사람치고는 뽀얀 피부. 하지만 외국인이라고 하기엔 능숙하고 빠른 태국어 솜씨가 일품이다. 국내 1위 홈쇼핑 기업인 GS샵이 지난해 9월 태국에서 시작한 홈쇼핑의 간판 쇼핑호스트 고지선씨(사진·37)다.

고씨는 지난 2004년 삼성전자 국내영업부 홈쇼핑방송팀 전문게스트로 입사해 GS홈쇼핑에서 전문 쇼핑호스트와 함께 냉장고, 세탁기 등 각종 전자제품을 팔았다. 2006년 관광업을 하는 남편을 따라 태국으로 가면서 홈쇼핑과는 작별을 했다. 

태국 생활 5년차인 지난해 평범한 주부로 지내던 고씨에게 놀라운 기회가 찾아왔다. GS샵이 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한국형 홈쇼핑을 전파할 쇼핑호스트로 고씨를 낙점한 것이다. 고씨는 'trueGS 홈쇼핑' 개국 직전에 합류해 1년째 방송을 이끌고 있다. 방송을 함께 할 태국 현지 쇼핑호스트 선발부터 판매상품 분석, 진행 방식 등까지 모두 고씨의 손을 거쳤다. 

"방송 전 큐시트를 꼼꼼히 챙기는데도 툭하면 방송사고를 내요. 태국어는 성조가 있어서 높낮이에 따라 뜻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빨리 말하니까 태국어 잘하는 것처럼 보이만 태국 사람들 귀에는 어설프게 들릴꺼에요."

겸손한 멘트와 달리 고씨의 태국어 실력은 수준급이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태국어 등급시험(총 6단계)에서 말하기는 최고 수준, 읽기와 쓰기는 중간 이상 점수를 획득했다. 이를 위해 1년 넘게 학원을 다니고 개인 레슨을 받았다. 틈만 나면 현지인과 다양한 대화를 시도한 것도 고씨의 태국어 밑거름이 됐다.

태국어로 수다스럽게 방송을 진행하는 한국여성에 대한 태국 현지인들의 관심은 상당히 높다. 홈쇼핑 채널은 기억 못해도 "써니(고씨의 영어이름)가 나오는 그 방송"이라고 하면 다들 알 정도다. 고씨는 "태국의 방송 진행자들은 카메라를 바라보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철저히 고립돼 있다"며 "고객들에게 질문을 유도하고 불쑥불쑥 남편과 아들 얘기를 불쑥 꺼내는 방식을 대부분 재미있어 한다"고 말했다. 

↑고지선씨가 태국 trueGS 홈쇼핑에서 현지인 동료와 함께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케이블 보급률, 택배 시스템 등을 종합해볼 때 태국의 홈쇼핑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한국 후라이팬, 화장품, 소형가전 등은 인기가 많다. 고씨는 "태국의 대졸 신입사원 월급은 한국돈으로 평균 50만원 정도 될 것"이라며 "한국 브랜드 제품은 한달치 월급을 다 털어야 살 수 있는 고가의 제품이 많은데도 의외로 잘 팔린다"고 설명했다. 

태국 trueGS 홈쇼핑의 생방송은 1주일에 3∼4차례(각 40분)인데 대부분 고씨가 진행을 맡는다. 앞으로는 더 바빠진다. 내년에는 생방송 횟수가 1주일에 6회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고씨는 "40분 동안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진행하면 진이 다 빠지지만 결과가 좋으면 피곤함이 싹 가신다"며 "새 제품만 보면 어떻게 팔까 궁리하는 걸보면 평생 방송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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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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